[이슈] 농산물 수출 시장 편중, 뭐가 문제인가

창원시의 농산물 수출이 일본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그 구조적 취약성 해소 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창원의 대표 수출 농산품인 파프리카는 일본 수출 비중이 99% 이상에 달해, 환율 변동과 통상 마찰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이는 창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농식품 수출 전반의 특정 국가 편중 문제를 반영하고 있어, 시장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창원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의 99%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파프리카 수출 초기부터 일본은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는 좋은 시장이었다. 문제는 매력적인 일본을 두고 시장 다변화에 소극적일수록, 단일 시장에서 충격 발생 시 대응은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효자’ 파프리카, 99% 일본 수출

창원시는 경상남도 농식품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도시다. 그리고 파프리카가 그 중심에 있다.

창원시가 2023년 5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파프리카의 대일 수출 비중은 99~99.8%에 달한다. 이는 파프리카 농가와 수출 기업의 생존이 일본 시장의 변동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상남도청의 ‘2024년 경남 농수산식품 수출 실적 및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도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에서 일본이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창원시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의 2022년 1월 발표에 따르면, 파프리카(특히 미니파프리카)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홍콩 등 신규 시장 개척이 시작되었으나 수출량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농산품 수출의 특정 국가 편중 현상은 창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김상효 연구위원은 2023년 발표에서 “한국 농식품 수출은 일본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며, 2022년 88억 2천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환율 변동과 통상 마찰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본의 엔저 현상이나 수입 규제 강화는 수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며 동남아와 유럽 시장 다변화를 제안했다.

높은 대일 의존도의 취약점, 뭐가 문제?

일본 시장 의존은 여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먼저,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량 감소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일본의 농산물 자급률 확대 정책이나 소비자 기호 변화 역시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 그린매거진에서 “딸기와 인삼 등 주요 품목이 일본, 홍콩 등 특정 시장에 치우쳐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며 유사한 우려를 밝혔다.

셋째, 일본의 검역 강화나 비관세 장벽은 수출 경로를 위협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3년 보고서는 과거 수출 실적 부진 원인을 분석하며 “2019년 일본 소비세 인상과 한·일 통상 갈등이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러한 위험에 대비한 시장 다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단순히 ‘수출 실적 달성’에 치중할 경우 창원, 나아가 경남이 가진 농수산물 수출의 구조적 취약성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시장 다변화, 선택 아닌 필수

다행히 창원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시장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창원시의 ‘농식품 수출 다변화 전략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파프리카 외에 신선 채소, 버섯류, 가공식품 등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베트남, 중국, 미국 등 신흥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창원시는 2024년 농식품 수출액 1억 4,612만 달러(농산물 1,377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책평가에서 도내 최우수 기관에 선정, 필리핀 등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도 시도하고 있음을 밝혔다.(관련기사) 경상남도청의 ‘경상남도 농식품 수출 중장기 발전 계획(2025-2029)’에도 해외 판촉과 수출 국가 다변화가 포함돼있다.

그러나 파프리카의 극단적인 일본 의존도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다. KREI의 김상효 연구위원은 “K-Food+ 수출 확대 본부(2023년 출범)를 통해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촌진흥청 역시 동남아로의 딸기 수출 확대 사례를 언급하며 신품종 개발과 물류 기술 지원이 다변화의 열쇠라고 밝혔다. 신흥 시장 개척과 품종 개발, 물류 기술 지원 등 하나같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앞서 전문가들의 발언과 발표에서 보듯 한국 농식품 수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와 품목 다양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의 파프리카 사례는 이러한 전국 농산물 수출산업의 과제를 상징한다. 단기적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시장 의존이라는 고질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어업은 물론 물류와 같은 관련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도 필요한 만큼, 창원시와 경남도의 다변화 노력이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창원시 3년 연속 시책평가 ‘최우수’, 농식품 수출 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