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라이포트 환호 뒤 불편한 숫자 0.5…진해신항 경제성 논란 여전

예타 통과 턱걸이 사실 변하지 않아…’쪼개기 통과’?
환경·생계 논란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 여전

경남도와 창원시는 트라이포트 구상을 앞세워 국제물류 허브 도약을 홍보하고 있지만, 경제성 논란과 환경·주민 갈등 등 과거 쟁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진해신항 가덕도신공항 일원 미래조감도(사진출처=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바다, 하늘, 육지를 하나로 잇는 초대형 물류 거점 구축 구상이 지역 정치권과 행정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철도망을 연계한 이른바 ‘트라이포트(Tri-port)’ 비전을 앞세워 국제물류 허브로의 도약을 홍보하며 대선 공약화까지 추진하고 있다.(본지 기사 참조)
그러나 화려한 비전과는 달리, 진해신항 사업은 여전히 경제성 논란과 환경·주민 갈등 등 과거 쟁점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본격적인 정책화와 홍보가 가속화되는 지금, 이 같은 문제들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대선 공약화 속 묻힌 ‘불편한 과거’

창원시는 최근 진해신항을 포함한 트라이포트 사업을 2027년 대선을 겨냥한 지역 핵심 공약 과제로 선정해 중앙 정부에 건의할 계획을 수립하고 홍보에 나섰다. 진해신항, 가덕도신공항, 철도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바다-하늘-땅’ 3대 물류 축을 강조하며 국제물류 허브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진해신항 사업의 ‘불편한 과거’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역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청사진으로 포장되고 있는 반면, 과거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해신항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에서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 0.92, AHP(종합평가) 0.497로 2021년 1월, 기준 미달로 탈락했다. 이후 해양수산부는 사업을 21선석에서 9선석으로 축소해 1단계만 별도 재추진했고, 2021년 12월재도전한 예타에서 B/C 0.97, AHP 0.503으로 가까스로 ‘조건부 통과’한 사실이 있다.

‘쪼개기 통과’ 비판과 지역사회 우려

당시 시민단체들은 이를 ‘사업 쪼개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KDI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카보타지 정책 완화가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낙관적 수요 예측을 통해 경제성을 끌어올린 점이 지적됐다.

카보타지는 외국 선박이 자국 내 항만 간 연안 운송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당시 예타에서는 중국의 이 규제가 완화될 경우 진해신항을 통한 환적 물동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까지도 중국 정부가 카보타지 완화를 공식화한 발표는 없었다. 중국은 2021년부터 일부 항만 간에 한해 외국 선사의 연안 운송을 허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 한 차례 연장해 오는 2027년까지 운영 중이긴 하지만, 이는 제한적인 범위의 조치로, 카보타지 규제의 전면적인 완화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진해신항 예타에서 중국의 카보타지 규제 완화를 전제로 한 수요 예측이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는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쟁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남도와 창원시는 사업 재검토나 주민 소통 없이 트라이포트 비전만 부각하며 대선 공약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과 진해만굴어업피해위원회 등 지역 환경단체와 어민단체들이 2023년 2월 기자회견을 통해 “진해신항 건설로 인해 진해만 해역의 산소 부족 현상이 심화되어 어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경영향평가의 공개 검증을 촉구한 사례 등이 예타 당시 제기된 경제성, 환경성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진해신항의 예타 통과 당시 불거진 경제성 논란과 환경 문제는 ‘지나갔으니 끝난 일’이 아니다.
트라이포트 사업이 대선 공약화와 함께 다시 전면에 나서는 지금, 그 불편한 숫자들과 외면된 목소리는 더 무겁게 재소환돼야 한다.
지역 경제와 물류 허브라는 화려한 막 뒤를 지금이라도 냉정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또 한 번 졸속 개발, 환경 파괴, 지역사회 갈등을 맞을지 모른다.
‘트라이포트’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시민들의 눈과 귀가 가려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전으로 포장된 껍데기 안을 바라 볼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