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상호 관세율 15%로 최종 타결…쌀·쇠고기 시장 개방은 제외

주력 수출품 자동차·반도체 관세율 낮춰 수출 여건 확보

3,500억 달러 규모 전략산업 펀드 조성…“대미 진출 교두보”

‘관세폭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한국과 미국이 31일 오전, 상호 관세율을 15%로 조정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포함된 조정안은 대미 수출 여건 개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측의 요구가 거셌던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美의 관세 25% 발효 예고 직전인 31일, 협상 타결


이번 관세 협상은 미국의 ‘상호관세법(Reciprocal Trade Act)’ 시행을 앞두고 펼쳐진 고위급 협상 결과다. 미국은 자국산 제품에 대해 상대국이 부과한 관세와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8월 1일부터 발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산 자동차 등에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대통령실은 31일 오전 대통령 연설문과 정책브리핑 등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15%로 조정함으로써 우리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대통령실은 또 “이는 주요 경쟁국인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으로,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31일 최종합의 직전인 지난 30일, 정부의 제3차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관련 전략 부처 간 공유와 후속 수출 지원책, 산업별 대응 방안에 대한 집중 논의가 있었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자동차, 반도체 25% -> 15% 상호관세로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민감 품목, 추가 개방없어
대신, 미국에 3,500억 달러 공동펀드 형태 투자 약속

한국이 주력 산업으로 삼는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해 미국은 당초 최대 25% 부과 방침을 고수했으나, 협상 결과 양국 모두 15%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결정은 한미 양국 간 호혜적 통상질서 유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부문에서는 식량안보와 농업 민감성을 내세워 협상에서 국내 시장 보호를 관철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쌀·쇠고기 등 민감 품목에 대해 추가 개방 없이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내 농민단체와 여론의 반발이 강했던 분야다.

또한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전략산업 투자와 협력을 위한 공동펀드 조성에도 합의했다. 대통령 페이스북 게시문에 따르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펀드가 조성되며, 이 중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1,500억 달러는 조선업 등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종료 직후 백악관에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의 산업 투자를 결정한 것은 위대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합의는 2018년 철강 232조 협상 당시 한국이 수출 물량 쿼터를 확보한 전략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미국이 관세폭탄을 예고했으나, 한국은 전략산업 공동투자 등 대체안을 제시해 대응한 바 있다.(한미무역협회 정책자료 참조)

협상은 타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예정)에서 세부 이행 방안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협상 이후 조선·에너지·디지털 산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후속 협력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