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민주주의를 돌려달라”는 구호 속에 공산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기 힘든 중국에서 1989년 천안문 사건 이후 가장 강렬한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사건은 어떻게 촉발된 것일까? 중국 당국이 화들짝 놀라 강경 진압에 나선 이 사건 경과를 따라가 봤다.

농아 부모 가진 피해자,
고위직 자녀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에 사회적 공분
지난달 22일, 쓰촨성 장유시에서 14세 여학생이 세 명의 또래 여학생에게 4시간 넘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들은 빈 건물에서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뺨을 때리며 발로 차는 등 학대를 가했고, 촬영된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유포됐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청각장애인,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배경이 알려지며 SNS를 중심으로 공분이 커졌다. 이달 2일, 폭행 영상이 위보(중국 대표 SNS)와 X(구 트위터)를 통해 퍼지며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부상을 ‘경미’로 판단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해, 처벌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16세 미만 촉법) 가해자의 부모가 고위급 관료라는 소문도 함께 돌았다.(영상 속에는 ‘경찰서 10번도 넘게 갔어도 20분 내에 모두 나왔다. 신고하려면 하라’는 가해자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4일, 장유시 시청 앞에 분노한 중국 시민 1,000여 명 이상이 모여 정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시위는 “공산당 타도”, “민주주의를 돌려달라”는 구호와 함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됐고, 일부는 중국 국가 ‘의용군 진행곡’을 부르며 저항을 표출했다.
당국은 4일, 경찰을 동원해 곤봉과 최루가스, 전기봉으로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최소 8명을 체포했다. 진압 현장을 촬영한 영상 속에는 경찰이 곤봉을 들고 시민을 쫓아다니며 폭행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혔다. 다음 날, 상급행정 기관인 면양시 경찰은 가해자 부모가 고위 관료라는 소문을 부인하며, 이들이 실업자나 이주노동자 등 평범한 직업인이라고 밝혔다. 또 가해자 중 두 명은 교정 교육 시설로 보내졌고, 소문을 퍼뜨린 두 명의 네티즌은 체포되어 행정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위보에서는 사건 관련 해시태그가 삭제되는 등 정보 통제가 강화됐다.
천안문 악몽 중국, 긴급 진압나서
자본주의 만난 기이한 체제, 불만 시한폭탄?
이번 사건은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과 비교되며 일부에선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불리고 있다. 천안문 사태는 중국 당국이 군을 동원,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강경 진압해 시위자들이 대규모로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다. 장유 시위는 학교 폭력과 사회 정의 요구에서 시작됐지만, 정치적 구호로 확산되며 당국은 이를 도전으로 받아 들였고 강제진압으로 이어진 것.
중국 본토에서 대규모 시위는 드물다. 1989년 천안문 사건 외에, 2022년 코로나19 당시 관련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바 있다. 장유 사건은 국소적인 지역의 불만이 점차 확대되며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로 전환된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 4일 강경진압과 정보차단 이후 현재, 겉으로는 잠잠해 보이지만 이례적인 대규모 시위 소식은 세계적으로 퍼지는 중이다.
시위가 정치적 요구로 확산된 것은 중국 내 잠재된 불만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학교 폭력과 사법 체계의 불공정, 사회적 약자 보호 실패와 부패 권력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며 시위가 확산됐음에도 강제 진압과 정보 차단으로 일을 무마하려 하며 사건이 더 확산되는 형국이다. 국제사회에는 중국의 인권 문제와 정치를 비판할 계기를 더 만들어 준 것이다.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공산당의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 70년대 이후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해 이어온 기이한 체제는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계급 관계를 만들었다. 이런 사회적 불만이 내재된 상황에서 ‘장유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국제적 관심 속에 이 사건의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