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만, 1천 톤 쓰레기…중장비 동원 수거 1주째
어민 생계, 관광 위협…재난 지정 기준 확대 절실
최근 이어진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호우가 끝난 남해 바다는 거대한 목재·플라스틱 파도가 덮쳤다.
특히 경남 내륙이 집중호우로 인해 직접 피해가 발생했다면, 해안 지역은 호우와 함께 하천을 따라 유입된 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 들어오며 어민과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호우로 인한 범람을 우려한 수자원공사가 남강댐 수문을 열어 상황이 악화, 남해 바다는 거대한 쓰레기 장이 됐다. 이제 해양 쓰레기도 특별재난지역 선정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남해안에 위치한 사천시, 남해군, 거제시 등은 지리적 특성상 이러한 피해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에 해양쓰레기 문제도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하천 범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는 주민 생계와 지역 발전에 직결된 재난이기 때문이다.

해양쓰레기, 어떤 피해주나
어업, 생태계, 관광 타격
사천시에서는 이번 집중호우로 사천강을 통해 약 1천 톤에 달하는 부유 쓰레기(목재,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가 서포면 구우진항과 비토면, 구포마을 등 사천대교 일대로 유입되며 피해가 발생했다. 해양으로 흘러든 부유 쓰레기는 어망을 찢고 어선 엔진 고장을 유발할 수 있어 어민들의 즉각적인 피해가 예상되지만 아직 집계는 완료되지 않았다.
또한, 항만 내 선박 통항이 어려워지며 안전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해수욕장은 쓰레기로 인해 오염과 악취로 관광객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뿐만 어획량 감소, 어선 수리비 증가는 물론 플라스틱 등 비분해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생태계 오염에 그치지 않고 어족 자원 감소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 남강댐 방류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난 17일, 진주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가 홍수조절을 위해 초당 최대 2000t이내의 방류량에 이르는 방류를 한다며 주민들에게 급박한 대피령이 내렸다. 계획 방류량은 가화천 방향으로 초당 1200t 이내 등 1600t이었다. 또한 폭우가 지속돼 유입량이 늘어날 경우 방류량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실제 7억 톤에 가까운 방류가 있었고 폭우와 늘어난 방류량으로 사천만 일대는 엄청난 양의 부유 쓰레기가 바다를 덮쳤다.
부유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은 당장 경제 손실을 넘어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지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천시 어민들은 “해양쓰레기 문제는 매년 반복되지만, 특히 집중호우나 태풍 후에는 생계가 위협을 받을 정도”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들은 “쓰레기 제거와 피해 복구를 어민들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질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해양쓰레기 피해가 자연재해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현재 지원 체계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태풍, 홍수 등으로 하천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유입되며 항만과 어장에 피해를 입힌 사례가 이미 있고, 이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사천만을 비롯한 남해안 일대 해양 쓰레기 문제는 중대한 재난으로 인식되고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 인정되면 예산 확보 가능
지난 22일 행정안전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을 충족할 것이 확실시 되는 피해 지역을 6곳 선정해 사전에 우선 선포하며 신속한 피해복구에 나섰다. 즉시 도움이 절실한 현장 사정을 고려한 적절한 움직임이지만, 그럼에도 어민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은 해양 쓰레기 발생으로 인한 피해가 도외시 될까 걱정이 크다.
해양쓰레기를 재난으로 인정하면 정부 차원의 수거·복구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재난지역 지정 기준 확대를 검토하고, 피해 조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