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미 관세협상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공개 재차 거부
글로벌 강자들에게 꼭 필요한 한국 정밀 지도 정보…
관광, 물류, 자율주행 등 관련 산업 진입 목적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은 치열한 협상 끝에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며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한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민감 농산물 개방을 막아내고 미국(특히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공개 요구를 거부,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지킨 점이 눈에 띈다. 고정밀 지도 정보가 중요한 이유가 뭘까?

구글은 왜 한국 지도 정보 집착하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비관세 장벽 완화의 일환으로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공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요구는 구글을 비롯한 미국의 글로벌 위치기반 서비스 제공자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며 기존의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실은 협상 타결 후 브리핑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은 양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참조)
구글은 이전에도 한국에 강하게 이런 요구를 해왔다. 2011년, 2016년, 그리고 이번 2025년 협상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줄곧 요청해온 것.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구글은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율주행차와 증강현실(AR) 기술 개발의 핵심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대·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 데이터는 구글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일 것이다. 또 지도 서비스 개선은 관광과 물류, 위치 기반 예약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제공되는 구글 지도는 정밀도가 낮아 네비게이션 활용도와 사용자 경험이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 뒤진다.
안보 등 이유로 공개 거부…언제까지 가능할까?
한국 정부가 데이터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안보’일 것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북한과 군사적 긴장 속에서 대치 중이며, 고정밀 지도 유출은 군사 시설이나 전략적 위치 노출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법적 제한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는 데이터 반출이 불가능한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더불어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 같은 국내 업체의 경쟁력 보호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가 공개되면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중국, 이스라엘, 러시아 등도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반출을 거부하거나 제한하고 있기에 미국의 주장처럼 한국이 유일한 거부 국가도 아니다.
한국의 데이터 공개 거부는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기술 혁신의 물결 속에서 언제까지 ‘쇄국’할 것인지는 장기적 안목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기술 생태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안보와 혁신의 균형을 맞춘 창의적 해법이 요구된다.
한편,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각 부서 정부 협의체는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를 오는 11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