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문턱 이미 넘어
사회 구조 변화 받아들여야…
경남이 일찍 ‘초고령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통계청 인구 자료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2022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돌파하며 UN이 규정한 초고령사회 기준을 충족했다. 이는 지역 전체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임을 의미하며, 전국 평균보다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경남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남 사회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경남은 2025년 3월 기준 고령인구 비율이 22.2%로 나타났다. 이미 2022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현재 상황은 전북(25.6%), 경북(26.4%), 강원보다는 낮고 충청북도(22.3%), 충남(22.6%)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창원, 김해 등 대도시의 경제 활력과 젊은 인구 유입이 고령화를 다소 완화한 결과로 보이지만 산청, 통영, 고성, 남해군 같은 농어촌 지역은 고령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지역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 이제 막 들어선 경남은 노동력 부족과 의료비 부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북, 경북의 사례를 참고하며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료=KOSIS 국가통계포털)
UN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경남은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예상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해 일부 군 지역은 이미 30%를 훌쩍 넘긴 곳도 많아 지역 소멸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맞물려 지역이 과연 지속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우려마저 낳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뚜렷한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경제 활력 저하가 우려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제조업, 농어업 등 지역 기반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노인 인구 증가는 의료, 요양, 복지 서비스 등 이른바 ‘실버 산업’의 팽창을 가져오는 양면성을 띤다.
경남의 경우 창원, 양산, 진주 등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거리에서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군 단위 지역은 인구와 생활기반이 읍으로 쏠리면서 면 단위는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인지, 생활기반 시설 투자가 먼저인지 다투는 사이에 면 단위부터 소멸이 차근차근 도시를 향해 다가오는 양상이다.
사회보험 재정 부담 증가
사회 시스템의 변화 압력 또한 거세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노인 돌봄과 기초연금 등 복지 예산 지출 급증은 지자체 재정을 압박한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협의회, 대책위 회의에서 논의되는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구성원들이 ‘만성질환 중심의 의료 수요 증가에 맞춰 노인 전문 병원 및 요양 시설 확충이 시급하며, 1인 가구 증가로 약화된 가족 돌봄 기능을 대체할 사회적 돌봄 시스템의 안착이 절실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막상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막아내고 넘어서는 지자체는 전무 하다시피 하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교 통폐합, 빈집 증가, 노인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문제가 심화하며 공동체 유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1인 가구의 증가는 사회적 관계망 약화로 이어져 우울감과 고독사 위험을 높인다”며, “경제적 지원을 넘어 정서적 지지와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간 보고서) 이는 복지 문제를 넘어 노년기 심리 문제, 나아가 세대 간의 심리적 거리감으로 이어져 사회적 결속이 느슨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서울로 인구 과밀화가 수세기에 걸쳐 이뤄지면서 서울 외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문제로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지자체는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빼고 전국이 초고령사회
이제는 경남뿐 아니라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이를 부담이나 위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인구 구조에 적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인식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령화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고령 인구를 잠재적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건강 관리 및 여가 등 새로운 수요에 기반한 실버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등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과 고령층 직업훈련 강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발간 보고서)
정책적으로는 이러한 제언을 바탕으로 고령자 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재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복지와 의료 분야에서는 IC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헬스케어 및 비대면 돌봄 서비스 확대, 예방 중심의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노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며 여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하다.
또, 성장 가능성이 큰 실버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고령 친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빈집 활용, 노인 참여형 마을 공동체 활성화, 세대 통합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과 지역사회,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경남이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파도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모든 세대가 행복한 사회의 모범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