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규모 발전소와 주민 의견, 법과 현실 사이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4조의2 및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제3조의2에 따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를 이용하는 발전사업 중 발전설비용량이 3,000kW(3MW)를 초과하는 경우,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한다. 용량이 그 미만인 소규모 발전소 건립에는 주민의견 수렴 절차가 법적으로 필요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법적 기준은 때로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참고용으로,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소와 수소충전소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 불신과 행정의 소통 부족이 논란이 됐다. 지역 의원은 “주민설명회 한 번 없이 사업을 강행했다”며 시의 행정을 비판했고, 주민들은 “위험시설에 대한 보상”이라며 지원금을 오해하고 있다.

이 사안은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갈등이다.

의원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수소 관련 시설은 안전성 우려가 크고, 주민 불안을 해소하려면 투명한 소통이 필수다. 하지만 전기사업법상 3MW 이하 소규모 발전소는 주민 의견 수렴 의무가 없다. 이는 행정력 낭비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한 법적 장치다. 소규모 사업은 대규모 발전소와 달리 환경·안전 영향이 제한적이며, 과도한 절차는 오히려 지역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 법적 기준과 주민 기대가 충돌할 때다. 예컨대, 기자가 취재했던 경남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민간 소규모 발전소 사업자에게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마을발전자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예고하고 계속해서 행정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소위 ‘실력행사’에 나선 일이 있다. 사업자는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결국 마을발전자금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유사한 사례에서 다른 사업자는 ‘수익금을 매달 혹은 매년 마을에 기부하라’는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사업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마을 발전”을 주장했지만, 사업자는 “억지 요구”라며 반발했다. 누구 하나가 명백히 잘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주민 입장에서는 낯선 투자자가 내 마을 인근을 사업에 이용하는 것도 싫고 안전에 대한 불안도 있었을 것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각자의 정당한 논리가 된다.

이런 갈등에서 법은 중립적 기준을 제시한다. 소규모 발전소까지 주민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면 행정은 주민 설득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하고, 투자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지역 경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주민 소통을 완전히 배제하면 불신과 반발이 커져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는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나중에 문제될 것이니 알아서 주민 대표들을 만나 설득하는 것을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될 것이다.

결국, 법적 기준을 기본으로 하되, 지자체와 사업자의 자발적 소통이 필요하다. 법이 주민 의견 수렴을 강제하지 않더라도, 사업 초기 단계에서 소규모 설명회를 열거나 안전성 자료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은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민들도 마을 발전을 위한 요구가 사업의 경제성을 넘어설 경우, 지역 전체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과제다. 법이 정한 틀 안에서 양측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할 때,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고 모두가 원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