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그림의 떡?…’농촌, 쓸 곳이 없다’

사용처 부족,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 심각
김구연 도의원, “현실 외면한 정책” 지적
연 매출 30억 원 제한, 언제 생겼나?


지난 정부의 지역사랑상품권 전액삭감 기조를 넘어,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민생안정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이 정책을 되살리는 중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상품권을 받아도 쓸 곳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도시와 달리 상점과 편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경남도의회 김구연 의원이 현황 파악과 대안 마련을 위한 자리에서 의견을 내놨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농협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농민과 지역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김 의원은 간담회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 정작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정책이라 할 수 없다”며 “지원만 받고 쓸 수는 없는 현재의 구조는 민생 회복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용처 부족…농촌이 더 심각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처 부족은 비단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실제로 2022년 양산시가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1.5%가 ‘가맹점 확대’를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꼽았다. 수도권도 사정이 비슷해서, 지난해 3월 경인일보가 발표한 ‘경기 지역화폐 리포트’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가맹점 부족과 생활권 불일치를 주된 불편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상업 시설이 밀집한 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농촌 주민들에게 하나로마트, 농자재상, 주유소 등은 생필품을 구매하고 영농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생활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연 매출 30억 원 이상이라는 제한 때문에 가맹점에서 제외된 이후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민생안정지원금 신청과 지급이 도래한 가운데 경남도의회 의원이 간담회를 열어 현 지역화폐 정책의 헛점을 짚었다. 사진은 창원시 지역화폐인 ‘누비전’.

예산 추이로 엿본 지역화폐 기조

지난 정권은 2023년 이후 지역사랑상품권 ‘정부 제출예산’을 매년 전액 삭감해왔다. 또 사용처를 연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으로 제한하면서 유일하다시피한 생활편의시설인 하나로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며 농촌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22년 각 지자체에 이러한 지침을 내렸을 때, 일부 지자체는 주민불만이 예상되기에 반대 의견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전전긍긍하면서도 향후 정부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 시행 시기를 늦추는 일도 있었다.

최근 5년간 지역사랑상품권의 정부 지원 예산(본예산 기준) 추이는 다음과 같다. 2020년 6,689억 원, 2021년 1조 2,522억 원, 2022년 6,052억 원, 2023년 이후 정부가 제출한 본예산은 0원이다. 2023년 이후로는 국회 심의로 각각 3,525억 원과 3,000억 원을 복구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 5월 1차 추경(4천억 원)과 2차 추경을 포함하면 1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이 예상된다.